공격적 확장 전략으로 업계 선두 도약…시장 질서 주도 ‘기대’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산업은 구조적 변곡점에 있다. 캐즘 영향으로 대기업들은 당장 돈이 안 된다고 보고 잇따라 철수, 소수 사업자만 남은 국면이 됐다. 그런데 새로 들어선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인프라 ‘숏티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채비 IPO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공모로 사업에 탄력을 붙일 경우 ‘승자 독식’을 노려볼 수 있다. 채비 펀더멘털을 다각도로 조명해 본다. |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 도전장을 낸 채비는 준비된 강자로 평가받는다. 전기자동차 충전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포트폴리오와 업무 경쟁력으로 선두 기업 입지를 구축한 덕분이다. 초기 시장 장악은 물론, 대내외 변수 속에서도 1위 사업자 지위를 놓치지 않는 점은 투자자 관심을 이끄는 요소가 되고 있다.
채비는 이번 기업공개(IPO)로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전방산업 변화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 청사진에도 외형 확대를 향한 의지가 드러내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공모 이후에도 채비에 주목해야 하는 근거로도 작용하고 있다. 꾸준한 펀더멘털 개선이 기업가치 우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 채비 집중형 충전소 이미지
◇ 경쟁사 압도하는 확장력…1위 사업자 만들었다
채비는 전기자동차 충전 생태계에서 이름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플레이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충전기 제조(EVSE)와 급속 충전 인프라 운영(CPO) 등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각 사업 영역 모두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설립 10년 차를 맞은 올해 CPO 업계 최초 상장사 타이틀을 노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성장 비결로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확장 능력이 꼽힌다. CPO 사업은 충전기를 많이 설치할수록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힐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곧 충전소 가동률(충전 횟수) 상승으로 연결돼 CPO 업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이 CPO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충전기 대수로 판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채비 급속 충전 인프라 구축 기여도 (자료=증권신고서)
지난 2022년 국내에 보급된 급속충전기 면수는 5670면이다. 이 중 채비가 13.5%(764면)를 담당했다. 2023~2024년은 각각 16.2%(2216면) 22.2%(1800면)다. 지난해 말 기준 총 누적 비중은 11.7%(5910면)로 최상위권에 있다. 2019년 사업 모델 전환(충전기→CPO) 이후 시장점유율도 1위(민간 기준)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충전소를 늘린다고 실적 상승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충전소 가동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사후 비용만 투입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인프라 확보에 더해 적절 설치 지점 확보 역량까지 중시하는 배경이다. 채비 역시 충전 수요가 높은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다.

▲ 채비 급속 충전소 가동률, 충전횟수 (자료=증권신고서)
노력은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 2023년 채비가 운영하는 급속충전소의 충전 횟수는 172만8149회로 집계됐다. 그해 급속 충전 면수(기초+기말) 2565면을 고려한 하루 평균 가동률은 4.5%다. 지난해에는 충전 면수가 5599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는데도 가동률은 4.4%로 안정화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2023년 250억원이었던 채비의 CPO 사업 매출은 지난해 489억원(가결산)으로 불었다. 충전 면수 확대를 통한 공급능력(CAPA) 증가와 시장점유율 제고 전략이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해당 시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던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성과다.
◇ 밸류업 열쇠 시장 지배력, 상장 후 진가 발휘
채비는 상장 이후에도 확장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잠재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다. 정부는 올해 초 관련법 개정으로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한 드라이브(관련기사)를 걸었다. 채비와 주관사단이 정부 목표치를 기반으로 가정한(90% 반영) 연간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26년과 2027년 각각 24만대, 32만대에서 2028년에는 55만대로 우상향한다.
이에 따라 작년 76만대인 전기차 운행 대수는 2028년 173만대로 증가한다. 반면 급속 충전 면수당 전기차 비율을 뜻하는 차충비는 17대 1에서 23대 1로 상승한다. 인프라 부족 현상이 충전기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CPO 사업자로서는 선제적 CAPA 확보로 수요 증가 구간 진입에 대비해야 한다.

▲ 채비 공모자금 사용 계획 (자료=증권신고서)
채비는 공모가 희망밴드(1만2300~1만5300원) 하단 기준 공모금액 1202억원 중 75.7%(910억원)를 충전 인프라 확보 비용으로 배정했다 현재 5000면 중반인 급속 충전 면수를 2028년 1만3000면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네트워크 밀도 확대와 접근성 추가 개선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전기차 보급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채비는 충전 면수만 늘리는 게 아닌 회전율이 높은 상업시설·고속도로 거점 확보도 꾀하고 있다. 작년 10월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300억원을 차입, ‘2025년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충전소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등 선제 투자도 결정했다.
채비는 인프라 확보 비용 중 일부를 차입금 상환에 쓸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일각에서는 재무 부담을 시장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CPO 사업은 부지, 전력 인입 용량 확보 등에서 리드타임이 소요된다. 만일 채비가 공모자금 유입을 기다렸다면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었다. 자금 운용 관계가 명확한 만큼 논리상 문제도 없단 설명이다.
또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시(kWh) 당 178원이다. 급속 충전 평균 단가(430원) 대비 판가 배수는 2.42배다. 선진 시장인 유럽과 일본은 각각 3.27배, 4.30배다. 미국(6.82배)과의 격차는 더욱 크다. 해외 대비 국내 전기차 충전 비용이 극단적으로 저렴하다는 의미다.

▲ 주요 국가별 산업용 전기요금 및 충전 단가 (자료=증권신고서)
과거 기후에너지환경부(환경부) 운영 요금이 기준 단가로 여겨진 영향이다. 환경부는 지금도 8000면이 넘는 급속 충전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요금 인상을 이유로 민간사업자에게 해당 시설을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으나 업계에서는 재추진 가능성을 크게 본다. 해외에서도 공공기관이 직접 충전 인프라를 운영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만일 환경부 보유 충전기가 민간으로 이양될 시 시장 1위 사업자인 채비의 장악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가격 결정력까지 보유하게 된다. 즉, 요금 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축적된 이익을 다시 인프라 투자에 사용해 추가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 내수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사업자 도약
채비의 성장 플랜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타겟은 미국이다. 미국은 연방·주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정책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 충전기 수요처로 부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연평균 30%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회사는 2022년부터 소닉 오토모티브(Sonic Automotive) 등 현지 업체에 고속충전기를 공급한 이력이 있다.
채비는 공모자금 중 120억원으로 북미에 생산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NEVI(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 △미국산 철강 사용 △미국산 부품 55% 이상 사용 △미국 내 최종 조립이라는 조건이 있다. 자체 시설만 완공하면 이를 전부 만족한다.
지난 2023년 채비의 북미 충전기 매출액은 22억원이었다. 2024년은 93억원, 지난해에는 17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173%다. 향후 현지 공장 준공에 따른 보조금 수령과 직접 생산을 통한 충전기 포트폴리오 확장 등이 이뤄진다면 실적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024년 전기차 총 판매량이 330만대에 달하는 인도 진출도 추진한다. 인도는 2030년 신규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 30% 이상, 충전 인프라 132만기 구축 계획과 함께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미국 테슬라, 중국 BYD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인도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채비는 인도 내 주요 전기버스·상용차 제조사 및 대형 부동산 개발·운영사와의 네트워크를 가진 타바스야(Tavasya Ventures)와 손잡고 합작법인(JV)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채비가 기술 ·자본을 투입하고 Tavasya는 현지 공장 설립과 인허가, 영업망 운영 등 현지 사업 실행을 담당한다.
JV는 초기에 인도 전기버스 상위 3개 제조사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180~240kW급 DC 고속충전기 공급을 통해 안정적인 초기 매출 기반을 확보한다. Tavasya는 초기 12~18개월 내 약 5000대 수준의 대규모 수주 확보를 전망한다. 인도를 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으로의 추가 확장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