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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밸류체인 수직계열화…시너지효과 극대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산업은 구조적 변곡점에 있다. 캐즘 영향으로 대기업들은 당장 돈이 안 된다고 보고 잇따라 철수, 소수 사업자만 남은 국면이 됐다. 

그런데 새로 들어선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인프라 ‘숏티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채비 IPO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공모로 사업에 탄력을 붙일 경우 ‘승자 독식’을 노려볼 수 있다. 채비 펀더멘털을 다각도로 조명해 본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기업공개(IPO) 최대어를 노리는 채비의 성장 과정을 요약하는 문장이다. 채비는 전기자동차 충전기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던 중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CPO)에 뛰어드는 승부수를 던졌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채비는 업계 경쟁 심화·대규모 시설투자에 따른 현금 투입으로 적자 수렁에 빠졌다. 시장의 우려 섞인 시선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사업 전략을 이행했다. 그 결과 전기차 충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핵심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었다. IPO 완주로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채비 대구 알파시티


◇ 전기차 충전 제조→CPO 진출…밸류체인 확장 ‘승부수’


채비는 지난 2016년 설립된 회사다. 초창기에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판매 사업(EVSE)을 영위했다. 완속(AC)과 급속(DC) 등 다양한 충전기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환경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함과 동시에 현대자동차 등 민간기업과도 협업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와 채비의 충전기 사업도 호황을 맞았다. 회사는 자체적으로 생산 공정을 운영하며 제품·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아울러 하드웨어(충전기) 설계부터 펌웨어·소프트웨어 등 운영체제도 내재화, 제품 신뢰성과 기술 독립성을 높였다. 덕분에 짧은 업력에도 EVSE 최상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 채비 충전기 라인업


실적도 우수했다. 채비가 첫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8년 연결기준 매출은 2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2019년 매출은 253억원으로 증가 폭이 크진 않았지만, 39억원이었던 영업 손실을 이익(7억2000만원)으로 전환했다. 뛰어난 충전기 품질로 민간·공공 부문 수주를 지속, 현금 창출 능력을 유지했다.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던 채비는 CPO 사업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타겟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급속 충전시장이었다. 초기 투자비용으로 공공기관 위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섣부르게 사업을 전환하지 않고 충전 기술축적과 운영시스템을 보완하며 내실을 다졌다.


사전 준비를 마쳤다고 판단한 채비는 2019년 급속 CPO 시장에 뛰어들었다. 공공영역에서는 지자체가 정부 조달을 통해 확보한 충전기를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입지를 다졌다. 일반 시장에서는 전기차 충전기를 직접 판매한 뒤 운영을 대신 맡는 방법으로 제조와 판매, CPO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정책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정부는 2021년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을 완속에서 급속 중심으로 바꿨다. 채비는 보조금으로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했다. 공격적인 인프라 확장 결과, 급속 CPO 진출 3년 만인 2022년 민간 급속 충전 면수 1500면을 달성하며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고 지금까지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 채비 실적 (자료=증권신고서)


문제는 이익이었다. 채비의 2022년 매출은 536억원이었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704억원, 850억원으로 우상향했다. CPO 부문 매출이 같은기간 129억원에서 428억원으로 급증한 게 주효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영업 손실도 138억원에서 275억원으로 불었다. 인프라 확대를 위한 고정비 지출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CPO 시장 경쟁 심화와 전기자동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둔화) 등 변수도 발생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채비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한번 나왔다.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예심) 승인을 받는 데 7개월이 걸린 것도 부진한 수익성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 밸류체인 수직계열화 성장통…수확만 남았다


과거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집중했던 채비의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CPO 진출이 득보다 실로 작용했다는 시장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본격적인 공모를 앞둔 시점에서 CPO 사업으로 눈 돌린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명분을 제시한다면 향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채비가 사업모델을 확장한 가장 큰 이유는 장기 수익원 확보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업은 이익 창출 시점이 빠르나 경기·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아울러 낮은 진입 장벽으로 시장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경쟁은 치열해진다. 무엇보다도 전기차 ‘신규’ 판매 대수에 따라 수주 실적이 판가름난다.


    ▲ 채비 사업부문별 매출 (자료=증권신고서)


실제로 채비의 세부 실적을 살펴보면 EVSE 사업 부문 매출은 2022년 407억원에서 2023년 453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2024년에는 422억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에는 533억원(가결산)으로 반등하며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 안정적인 성장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대표 사례로는 SK시그넷이 거론된다. 회사는 채비(4733개)에 이어 환경부 입찰 기준 2위(2495개) 충전기 사업자다. 미국 수출로 활로를 모색했으나 품질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반품, 2023~2024년 39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는 최대주주인 ㈜SK로부터 300억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반대로 CPO 사업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에 따라 실적이 연동된다. 이용자가 꾸준하게 쌓일수록 잠재 매출이 쌓이는 구조다. 미국 이브이고(EVgo), 차지포인트(Charge Point) 등 해외에서도 충전기 제조와 CPO 사업을 병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채비의 국내 경쟁사인 SK시그넷도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워터(Water)와 손잡았다.


채비는 오래전부터 EVSE에서 CPO 영역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 전기차 충전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를 이룬 상황이다. 충전 인프라 사업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충전기 품질 상승에 사용하고 경쟁사 대비 성능이 우수한 충전기로 다시 고객을 끌어모으는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다. 제조·운영 상호 보완으로 균형 잡힌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 채비 사업 구조도 (자료=채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더군다나 급속 CPO 영역은 공동주택 내 완속 충전기 의무설치 이행강제 유예기간 종료 등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출혈 경쟁과 캐즘을 겪으며 한 차례 업계 구조조정이 됐다. 충전 요충지 선점과 충전기 제조 역량을 갖춘 채비로서는 향후 시장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클 수 밖에(관련기사) 없다.


채비 관계자는 “채비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인프라를 직접 구축·운영하고 운영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다시 제조 품질 개선으로 환류되고 있다”며 “축적된 레퍼런스는 운영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신규부지 확보역량 증대로 이어져 제조와 운영이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사 원문 : https://www.the-stock.kr/news/articleView.html?idxno=3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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